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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Daily life/영국 UK

영국과 한국의 물: 생활하면서 느낀 차이점

by LifeInBalance 2024. 12. 15.

 

영국에 살면서 한국과 가장 다르게 느낀 것 중 하나는 바로 이다. 같은 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지형, 기후, 그리고 수질 관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크다. 특히 물을 끓이거나 세탁을 할 때 이런 차이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영국이라는 나라에 오기 전, 항상 이야기로만 접했다. 한국은 항상 깨끗하고 유럽의 물은 석회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조사해 볼 생각 없이, 그대로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영국집에 와서 항상 생수병이 구비되어있는 것을 보며 그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됐다. 하지만 어느 날 주전자에 쌓인 하얀 물질을 보고 문득 궁금증이 생겨서, 남자 친구 어머니께 이게 괜찮은 거냐 여쭤봤는데, 영국의 물은 마그네슘과 칼슘이 풍부하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논문과 연구 결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의 무지함에 살짝 창피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지만, 알게된 후 관점이 달라졌다.


 

1. 한국과 영국의 지형 및 기후적 특성

한국은 국토 대부분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연평균 강수량은 약 1200~1500mm로 풍부한 편이지만,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물은 빗물이 지표면을 따라 빠르게 흐르며 하천과 저수지로 모여 정수 과정을 거쳐 공급된다. 이러한 환경적 특징으로 인해 한국의 물은 연수(soft water)에 가깝다.

영국은 비교적 평탄한 지형이 많고, 지하에 석회암층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영국은 연평균 강수량이 약 800~1200mm로 한국보다 적지만, 사계절 고르게 비가 내린다. 빗물이 석회암층을 지나면서 미네랄을 흡수해 경수(hard water)가 된다. 이 경수에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2. 한국과 영국 물의 성분 비교

다음은 한국과 영국 물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표로 정리한 것이다.

 

구분 한국 (연수) 영국 (경수)

경도 낮음 (0~60mg/L CaCO₃) 높음 (120~200mg/L CaCO₃ 이상)
칼슘(Ca) 5~20mg/L 40~100mg/L
마그네슘(Mg) 1~10mg/L 10~50mg/L
물맛 부드럽고 담백함 약간 미네랄 맛이 남
  • 경도란 물속에 녹아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의 양을 나타내며, 수치가 높을수록 경수로 분류된다.
  • 영국의 물은 석회암층을 통과하면서 다량의 칼슘과 마그네슘을 함유하게 되어 경수가 된다. 반면, 한국은 빗물이 빠르게 흐르며 석회암층과 접촉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연수를 유지한다.

3. 물의 장단점

한국의 물 (연수)

  • 장점: 비누나 세제를 적게 사용해도 잘 녹고 거품이 많이 난다. 배수관에 물때가 적게 생기고 가전제품의 수명이 길다.
  • 단점: 미네랄 함량이 낮아 건강상 필요한 칼슘과 마그네슘을 보충하기 어렵다.

영국의 물 (경수)

  • 장점: 칼슘과 마그네슘이 풍부해 뼈 건강과 심혈관계에 이롭다.
  • 단점: 비누와 세제가 잘 녹지 않아 거품이 적고 물때(석회질)가 많이 생긴다. 주전자를 사용할 때 하얀 석회질이 쌓이기도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경수는 칼슘이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경수가 많은 가전제품에 석회질이 축적되어 유지보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4. 영국 물이 ‘석회수’라는 오해와 그 이유

한국인들은 영국의 물이 주전자를 끓인 후에 남는 하얀 물질 때문에 ‘석회수’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 하얀 물질은 석회가 아닌 칼슘과 마그네슘 성분이 열에 의해 석출된 것이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경수 현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며, 이를 마시는 것이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사실이 이미 검증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물때나 침전물이 거의 없는 연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익숙하지 않아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오히려 경수를 ‘미네랄워터’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과 영국의 물은 지형과 기후적 특성 때문에 성분 차이가 뚜렷하다. 한국의 연수는 깔끔하고 사용이 편리하지만, 영국의 경수는 건강상 이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요한 것은 각 나라의 물에 맞게 생활 습관과 가전제품 사용법을 조정하는 것이다.

영국에 사는 동안 석회질을 줄이기 위해 정수기나 연수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물을 즐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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